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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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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Freelancer) 이야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은 프리랜서(Freelancer) 이야기를 좀 하려 한다. 사전적으로 프리랜서는 특정 기업이나 단체, 조직에 전담하지 않고, 자신의 기술과 능력을 이용해 사회적으로 독립적인 개인 사업자를 말한다. 그냥 편하게 말하면, 어느 특정 직장에 일정한 조건으로 계약된 상태가 아니라 자기가 일하고 싶은 대로 계약 맺고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프리랜서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시간도 잘 계획하는 일이다. 프리랜서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이 확실히 늘어난다. 그러나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시간에도 바쁘게 움직이는 시간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래서 스케줄을 잘 세워야 한다. 빈 시간이 많으면 그만큼 사소한 약속들이 그 자리를 차지 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
샴페인 <토마 킴 데뤼에(Thomas Kim Desruets)>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은 구정 설 명절 연휴의 세 번째 날이고 토요일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나는 와인 이야기와 함께 와인 한 병을 가지고 읽기를 시도한다. 오늘은 프랑스 샴페인 중 를 소개한다. 이 샴페인은 1888년부터 가업을 이어온 포도 농가, 데뤼에(Desruets) 가문의 와인이다. 현재 이 샴페인 하우스의 주인이 5번째 후계자로 한국계 프랑스인이다. 두 형제로 토마 데뤼에와 마티아스 데뤼에이다. 이들의 한국 이름은 김영현과 긴은석이다. 이 두형제는 한국적인 뿌리와 프랑스 문화를 담은 샴페인 와 함께 한국에 왔다. 현재 토마가 경리단 길에서 와인 바를 하며 이 샴페인을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내가 그를 알게 된 것은 에서 함께 심사위원을 하면서 이다. 작년에는 명함을 주고 받으며,..
'참나'를 찾는 여행 장자는 이 세계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아지랑이나 먼지, 이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생물들이 서로 입김(숨결)을 내뿜는 현상이다. 이렇게 본다면 하늘이 새파란 것은 진짜 원래부터 그 색깔인가? 아니면 멀리 떨어져서 끝이 없기 때문일까? 9만리 높은 하늘을 나는 붕새 또한 위에서 내려다보면 파랗게 보일 것이다. ( 1:3) 인간의 삶은 따로 있지 않다. 우리의 삶도 유동적 우주에 섞여가는 한 형태이다. 우리의 삶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이상 삶 자체가 바로 우주적이다. 이런 점에서 인간과 자연은 분리되지 않는다. 야마(野馬)로 표현되는 아지랑이와 진애(塵埃)로 표현되는 먼지는 정해진 방향 없이 서로 서로 숨결처럼 계속 움직인다. 이를 우주의 기운이라 할 수 있을까? 정해진 방향이나 목적도 없이 그저 움..
'길을 가는 사람'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 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언젠가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에서 옮겨 적어둔 것이다. 그래 나도 틈만 나면 걷는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길을 가는 사람'이다. 공간의 이동만이 아니라 현재에서 미래로의 이동,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과정도 길이다. 인간을 '호모 비아토르'라고 하는데 '떠도는 사람', '길 위의 사람'이라는 뜻이다.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자,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방황하며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을 찾는 존재를 가리킨다. 호모 비아토르는 길 위에 있을 때 아름답다. 꿈을 포기하고 한곳에 안주하는..
'참나'를 찾는 여행 인간에게는 초월의 욕구가 있다. 초월을 사전은 두 개로 설명한다. 하나는 "어떤 한계나 표준을 뛰어넘는 것"으로, 또 하나는 철학적인 용어로 "인식·경험의 범위 밖에 존재함", "가능적 경험의 영역 밖에 있음", "의식 내용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 일"로 풀이한다. 최진석교수*에 의하면, 초월은 지금의 나를 넘어서는 것, 지금의 나보다 더 나아지는 것, 더 확장되는 것, 더 넓어지는 것, 더 높아지는 것이다. 우린 가장 높고 크게 확장되어 있는 존재로 "신神"을 모셔놓고, 부단히 그 곳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이걸 초월의 욕구라고 한다. 근데, 외재적 초월도 가능하고, 내재적 초월도 가능하다. 그러나 자기 통제력의 두께로 초월을 가늠한다. 그러니까 초월의 정도는 자기 통제력의 두께라는 말이다. 얼마나 초월..
인문 운동가의 시대정신 가난한 이들이 왜 더 보수적인가? 이해가 잘 안 되어, 질문해 본다.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왜 가난한 이들이 보수에 투표를 하는가? 선거 때마다 질문 해 본다. 당면한 일상에서의 생존만으로도 힘겨운 빈곤층은 변화를 위한 정치적 행동을 해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란다. 현실이 힘겹지만 변화가 품고 있는 '알 수 없는 고통'보다, '아는 지금의 고통'을 차라리 견디고 말겠다는 가슴 아픈 체념이란다. 그래서 이 사회는 소득 불균형이 더욱 더 심화되고, 중산층 마저 몰락하는 이유같다. 원래 우리 각자는 계급이 있다. 우리는 자신의 계급을 철저히 인식하여야 자신의 삶을 속이지 않는다. 지난 해 우리가 겪었던 탄핵 찬성과 반대 세력의 충돌은 우리 사회에서 드디어 주류로 등장하고 뿌리내린 시민계급, 시민공동체와 아..
물 컵 단상 보통 식당의 물컵은 순수한 강철이 아니다. 니켈과 크롬이 포함된 합금이다. 우린 그걸 '스댕' 컵이라고 한다. 나는 그것을 싫어한다. 이 컵을 쓰는 식당은 주인이 먼저이다. 손님이 나중이다. 나의 감정은 언제나 합금이다. 이 물 컵처럼. 순수한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다. 나는 살아야 했고, 어떤 감정이 엄습하면 그것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전혀 다른 감정을 쥐어짜낸 뒤 엄습하는 감정을 방어했다. 그래 나도 합금이다. 물 컵처럼. 그런 과정에서 감정들은 뒤엉켜 하나가 되어 동시에 전혀 다른 무언가가 되었고, 이렇게 합급처럼 태어난 감정들을 뭐라 불러야 할지 알 수 없었으나 아마도 그것을 가리키는 가장 적절한 말은 '스댕'일 것이며, 이런 방식으로 나는 서서히 '스댕'이 되어갔다. 그리고 ..
박수소리 시대정신 프랑스 레스토랑 풍경을 말한다. 레스토랑이라는 말은 프랑스어 restaurer라는 동사에서 나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동사의 의미는 여러가지이지만, '원기를 회복하다'이다. 그러니까 레스토랑은 '원기를 회복시키는 공간'이다. 프랑스 레스토랑에 가면,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한다. "프랑스 레스토랑의 서비스는 왜 그렇게 거만하고 도도한가?" 프랑스 레스토랑의 메뉴판이 매우 복잡하다. 그리고 어렵게 메뉴를 해독하고 음식을 주문하려 하면, 웨이터가 주제 넘게 참견하며 손님을 가르치려 한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꼿꼿하게 서서 손님들을 내려다보며, 이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손님을 기다리게 되었지를, 심지어 주방장의 철학과 오늘 어떤 기분인지까지를 들먹여 가며 장황하게 설명한다. 이 서비스 방식은 나를 낮춤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