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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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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론' 내가 다시 건너가야 할 세계는 고졸(古拙)의 마을이다. 이 마을은 화려하게 꾸미고, 반지르르하게 다듭고, 매끈하게 가꾸고, 곧바르게 깎는 등 인위적이고 가공적인 모든 것과 상관 없는 동네이다. 고풍이 돌고 뭔가 서툰 듯한 것, 그러면서도 내면에서 풍기는 어떤 멋 같은 것을 지니고 있는 세계이다. 어딘가 좀 모자란 듯하고, 수줍은 듯한 데가 있어야 내면에서 번져 나오는 신비스러움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제45장의 맨 마지막 문장에 주목한다. 맑고, 고요함, 즉 청정이 모든 힘의 근원이다. 이 부분의 해석을 나는 다음과 같이 한다. '날뛰면서 부산을 떨면 열이 나서 추위를 이겨 내지만 이렇게 열이 나고 더워진 것은 고요함(靜)으로 이길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맑고 고요함이 최고이며, 세상의 표준이어야 ..
해피버스데이/오탁번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젠 지인의 생일이었지요. 이 시를 읽고, 우린 헤피 버스데이 투유를 합창했지요. 즐거운 흙요일 되세요. 흙을 우린 '토'라고도 하는데, 우연히 토자는 +와-, 양과 음이 만납니다. 오행 중 중앙이지요. 중심으로 되돌아가, 한 주를 되돌아 보라는 것인가? 해피버스데이/오탁번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먼데이!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버스데이! 오늘이 할머니의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피 버..
인문 운동가의 시대정신 사람이란 단어를 인수분해하면 삶이 된다. '람'자에서 공통분모 ㅏ를 빼면, ㄹ과 ㅁ만 남는다. 삶을 풀면 사람이 된다. 삶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니까. 그 만남의 삶은 유혹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 그럼 물고 물리는 성폭력의 아픔이 없었을 텐데…... 최근 #mee too로 시작된 성폭력 고발이 핫 이슈이다.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우리는 유혹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보고, 그동안 생각했던, 그리고 적어 두었던 유혹의 정의를 다시 정리해 본다. 유혹이란 상대가 나와 다름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상대의 욕망을 탐험하고 고민하여, 그가 내게 자발적으로 다가오도록 하는 행위이다. 그러니까 유혹에 전제가 되어야 할 것 역시, 타자성의 발견이다. 나의 즐거움과 너의 즐거움이 만나는 자리를 고민하고, 어느 순간 우리..
인문운동가의 시대정신 위 사진은 2018년 2월 19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트 여자 팀추월 8강전 경기 모습니다. 한국의 김보름(앞줄 왼쪽), 그리고 박지우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기록을 살피고 있는 중이지만, 노선영은 결승선에서 한 참 떨어진 상태이다. 이 사진 한 장이 한국의 지금 모습을 잘 말해준다. 이 경기는 맨 마지막에 들어 온 선수의 기록이 팀 기록이다. 팀 추월 경기는 단결력과 협동력으로, 서로 한 선수가 부족하면 그 선수를 도와주고, 끌고 가고, 밀어주는 성격의 종목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종목을 아름다운 종목이라고 말한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여자 팀추월의 경기는 이해가 안 간다. 이 경기는 한국 사회의 현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번 기회..
'참나'를 찾는 여행 인간과 기계의 차이는 따뜻함에서 나온다. 기계는 차갑다면, 인간의 본성은 원래가 따뜻하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따뜻함이 있다. 그 따뜻함의 차이가 에너지의 양으로 나온다. 내가 생각하는 우주는 음과 양의 파동이라고 본다. 그 파동은 에너지의 움직에서 생긴다고 본다. 자연은 음과 양이 교차하며, 춘하추동으로 소리없이 순환한다. 그 덥던 여름이 말없이 사라지고 쌀쌀한 가을이 벌써 겨울이 오나 하고 의심케 한다. 그러다 어김 없이 또 봄이 온다. 그러니까 우주에서는 어떤 것도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관계와 변화 속에 있을 뿐이다. 에너지의 파동에 따라 반대되는 것과의 관계 속에서 작용과 반작용의 운동으로 변화하면서, 모든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음과 양의 관계로 움직이는 것은 반대되는 힘의 작..
'도'의 모습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2월 19일) 오늘 아침부터는 노자의 제4장을 읽는다. 제4장의 주어가 '도'이다. 그러니까 '도'에 대하여 다시 언급하고 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오래 전에 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라며 접근하는 한 팀의 젊은이들이 있었다. 우리 집안 아이 중의 하나도 그 말에 속아 청춘을 날리고, 다행하게 집으로 다시 돌아 와 착실한 생활을 하는 '멋진' 조카가 있다. 몇 년인지 모르지만 집에 들어 오지 않고, 그 무리들과 거이 10여년을 지내다가 기적적으로 다시 돌아왔다. 중단한 학업을 마치고, 좋은 직장을 잡아 가족을 꾸미고 잘 살고 있다. 그 집단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그 이야기는 여기서 멈춘다. 반면, 제4장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도(道)'가 그러니까 우리도 그..
'참나'를 찾는 여행 6년 전 글인데, 이렇게 세상이 딋걸음질 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더 젊어지고 있다. 난 인문운동가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지금은 불의한, [정의롭지 못한] 시대이다. 따라서 [그런] 상황에 분노하고, 저항하며 연대할 때이다." (2016년 천주교 수원교구 사제 124명 시국선언) 어떤 상황? (1) 소통 부재로 인한 민주주의의 질식 (2) 세월호 참사 진실 은폐 (3)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4)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 (5) 기습적으로 강행 처리한 사드 배치 (6) 권력형 비리 만연 (7) 사회 양극화 현상 심화 그래서 저항해야 한다. 여기서 저항은 애정에서 비롯된 행위이며 세상이 더 선하고 인간적인 곳으로 바뀔 수 있다는 굳은 신념 없이는 결코 취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인간 생명의..
"참된 사람이 있고 난 다음에 참된 지식이 있다." 어제에 이어, 인문 에세이의 오늘 아침 화두는 "사람이 되고자 공부하지 말고 먼저 사람이 되어라"이다. 언뜻 이해가 안 된다. 먼저 사람이 되라는 말은 무엇일까? 장자가 말하는 진인(眞人), 즉 진실한 사람은 참된 사람이고 '위대한 개인'이다. 장자는 "참된 사람이 있고 난 다음에 참된 지식이 있다"고 말하였다. 이를 원문으로 말하면, "유진인 이후유진지(有眞人 而後有眞知"이다. 그러니 참된 사람이 되려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이 달라지면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지면, 삶에 대한 관점도 달라지며, 그에 따라 사람의 태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에서 공자는 "행하고도 남은 힘이 있으면, 그 때 학문을 닦아라(행위여력 즉이학문 行有餘力, 則以學問)"고 말했다. 유교의 핵심 덕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