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11월 26일)
어제는 서울 강의에 가는 금요일이다. 역에 도착하자, 기차는 지연되고, 다시 서울에 도착하자 지하철도 정상 운행이 되지 않고 있었다.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넋 잃은 채 멍하니 있었다. 세상이 엉망이다. 기차를 타기 전에 길에는 트럭 운전사들이 빨간 띠를 두르고 아침부터 길 바닥에 앉아 있었다. 이렇게 정상이 아닐 때, 세상을 거꾸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 내 생각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질문을 하여야 한다. 다른 이에게 물을 필요 없다, 자기 자신에게, 자기 뇌에게 물어야 한다. 세상이 우리를 질문하게 그냥 두지 않아서 그렇다.
우리는 지금 왜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사실상 태업이라 할 수 있는 준법 투쟁을 하는지 아는가? 우리 언론이 정상이 아니다. 그냥 '앵벌이'만 하고 있다. 기사를 찾아 보니, "노조는 2026년까지 1천 500여 명을 감축하는 사측 구조조정안의 철회를 요구하며 이날부터 2인 1조 근무 규정을 철저하게 지키는 준법투쟁에 들어가며, 25일과 28일 예정된 노사 본교섭에서 진전이 없으며 30일 총파업을 돌입할 예정이라'는 짧은 내용이다. 너무 한다. 노조의 주장을 심도 있게 다루는 기사 한 편 찾기가 힘들다. 오히려 한국철도공사 측의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비상수송대책본부를 운영해 신속한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역과 열차 안내 가용 인력을 모두 동원해 이용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 속상하다. 철도 노조 이야기는 한 마디이다. "정부와 철도공사의 탈선을 멈추기 위해 준법투쟁에 들어가며,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12월 총파업에 돌입한다."
트럭 기사들은 왜 파업을 하는가 잘 모르겠다. 새 정부가 들어 와 6개월만에 나라 꼴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이런 때는,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버핏의 오른팔'로 불리는 찰리 멍거가 한 말처럼, "뒤집어라, 항상 뒤집어라. 상황이나 문제를 거꾸로 뒤집어라. 문제를 거꾸로 바라"보는 거다. 그는 항상 맞닥뜨린 문제를 풀기 위해서 '뒤집어서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인생에서 실패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책도 읽지 않고 남의 의견도 듣지 않고 단기적인 시각을 가지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수준 높은 사람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면 된다.
현 정부의 모습을 거꾸로 보자. 오늘 아침 목수정의 페이스북에서 읽은 것을 갈무리 해본다. 그녀는 문제를 직시하고, 해법을 찾으려 하는 대신, 소리를 지워버리는 현 정부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했다.
- 엎질러진 물을 닦아내고, 안 엎지를 궁리를 하는 대신, 엉뚱한 사람 지목해 저놈이 엎질렀다며, 시선을 분산시키는 이들은 어디까지 갈까?
- 그 놈들이 시키는 대로, 사람들을 이 계곡 저 계곡으로 끌고 다니는 언론은 언제까지 앵벌이 노릇을 할까?
- 사람들은 언제까지 이들의 농간에 놀아날까?
이런 세상과 달리, TV는 축구 판이고, 다른 곳에서는 <청룡 영화제> 중계를 하고 있었다. 그냥 외면하고 일찍 잤다. 난 원래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어제 이란이 막판에 두 골을 넣을 때는 눈물이 났다. 이란 선수들은, 오늘 아침 사진처럼, 첫 경기에서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는 걸로, 억압적 정부에 대한 항의의 뜻과 고통 받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연대의 마음을 전했다는 소식을 프랑스 뉴스로 보았다. 이란의 국영방송은 선수들의 침묵 시위가 이어지자 중계를 끊어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선수단에는 조기 귀국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한다. 그런 이란 팀이 두 번째 게임에서 종료 시간 5분을 남기고 연달아 2골을 넣었기 때문이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끌려간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후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강경 진압으로 수 천명이 투옥되고, 수 백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우리 현 정부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문제를 직시하고 해법을 찾으려는 대신 소리를 지우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16일 열린 부마항쟁기념재단 기념식에 출연 예정이던 가수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에 제지를 걸었다 한다. 그래 출연 자체가 무산되었다 한다. 그 노래의 가사 일부를 공유한다.
"이른 아침 가난한 여인이 굶어 죽은 자식의 시체를 안고 가난한 사람들의 동네를 울며 지나간다"
"마녀가 나타났다 부자들이 좋은 빵을 전부 사버린 걸 알게 된 사람들이 막대기와 갈퀴를 들고 성문을 두드린다"
"폭도가 나타났다 배고픈 사람들은 들판의 콩을 주워다 먹어 치우고 부자들의 곡물 창고를 습격했다 늑대가 나타났다"
"우린 쓸모없는 사람들이 아니오 너희가 먹는 빵을 만드는 사람일 뿐 포도주를 담그고 그 찌꺼기를 먹을 뿐 내 자식을 굶겨 죽일 수는 없소"
<늑대가 나타났다>는 분노한 가난한 사람을 마녀, 폭도, 늑대로 내몰리는 살벌한 풍경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후반부에서 "남의 가난이 결코 다른 사람이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난해 8월 발매된 이 노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한국대중음악상을 받을 만큼 인정받은 곡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2022년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탄 문소리에게서 봤다. ""너를 위한 애도는 이게 마지막이 아니라, 진상 규명되고 책임자 처벌되고 그 이후에 더더욱 진짜 애도를 할게." 10.29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되는 그날 다시 애도한다는 말에 눈물이 났다.
오늘 아침의 화두인 '뒤집어 생각하기'이니, <주의 기도문>을 되 집어 생각해 본다.
1. 하늘에 계신 - 세상 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하늘에 계신'이라 하지마라.
2. 우리 - 너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우리'라고 하지 마라.
3. 아버지, - 아들 딸로서 살지 않으면서 '아버지'라 하지 마라.
4.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이 빛나시며 -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길(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며)' 하지 마라.
5.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 물질 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아버지의 나라가 임하시오며)' 하지 마라.
6.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내 뜻대로 되기를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 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지 마라.
7. 오늘 저희에게 일용 할 양식을 주시고 - 가난한 이들을 본체 만 체 하면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 할 양식을 주시고' 하지 마라.
8.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 누군가에게 아직도 양심을 품고 있으면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하지 마라.
9.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 죄 지을 기회를 찾아 다니면서,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 하지 마라.
10.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마태 6:9-13, 루카 11:2-4) -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악에서 구하소서' 하지 마라.
끝으로, 가깝게 지내며 그의 말을 경청하는 친구의 오늘 아침 페이스북 글의 일부를 공유한다. 정말 내 생각과 같다. 그런데 그가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멋지게 표현했다. 우리 모두 창피해 하지만 말고, 비참하다고 자책하지 말고, 분노해야 한다.
"주술사, 콜걸, 법조깡패, 사기꾼들이 활개치는 저주받은 땅, 국힘당이 무너지더라도, 그 후유증은 오래 갈 것 같다."
"손바닥에 王자 칠하고 대선 토론에서 상대를 향해 흔들어 대던 인간을 뽑은 자들 중 비교적 눈치 있는 인간들은 '이제 정치 이야기는 그만하자. 저런 인간인 줄 누가 알았냐'고 한다. '내가 저런 더러운 자들의 득세를 도왔다. 참담하다. 내가 죄인이다'가 답이어야 한다."
"똥을 사방에 싸 놓고 벽에 칠해 놓고 이제 '더러운 이야기는 그만하고 즐겁게 살자'고 하시는 분들, 오물 실컷 드시면서 악취 음미하며 즐겁게 사시길. 정치 더럽다. 대장동 대장 속처럼 검고 추하고 역겹다. 그 꼴 보랴, 축구 보랴, 살랴 바쁜 국민만 비참하다."
그렇지만 오늘 아침은 문병란 시인의 <희망가>를 부르고 싶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희망가/문병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 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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