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11월 21일)
두 주 동안 조용히 앉아 나를 되돌아 볼 시간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아직도 할 일이 좀 남았지만, 오늘은 일부러 아무와 연락하지 않고, 오로지 나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밀린 <인문 일기>를 다 마무리 했다. 사진은 촌놈이 오랜만에 서울에 가 드래곤 시티 호텔에서 이 조형물을 찍은 것이다. 우리 동네에는 조형물이 없다. 대신 자연이 아름답다. 나무와 작은 숲들이 가득하다.
창밖은 늦은 가을비가 내린다. 거리의 날씨는 추워지고, 거리에는 낙엽이 나뒹군다. 바람에 한쪽 구석으로 몰리면서. 저 낙엽은 한때 새잎으로 돋았고, 너르고 둥글고 푸른 잎사귀였으며, 오색(五色)의 단풍이었다. 아침과 저녁이 살았고, 네 계절이 살았다. 그러나 이제 시간이 냇물처럼 흘러 멀리 가듯이 저 낙엽의 모든 시간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그 시간들과 작별하지 않을 수 없다. 열흘 붉은 꽃은 없듯이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우리는 지금, 여기를 살 뿐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 다음에 이어지는 지혜로 무장하고, 아침에는 아침의 시간을 살고, 저녁에는 저녁의 시간을 살고, 거기에 안식하고, 거기에서 서로 사랑하며 살 일이다. 오늘 공유하고 싶은 시를 먼저 읽는다. 그리고 에필로그를 읽으며 인상적인 내용들을 열거하며, 생각을 정리한다. 좀 길지만, 구체적인 일상 속에 지녀야 할 만한 지혜들이다.
외로운 별은 너의 것이 아니다/김종해
떨어지는 잎을 보며 슬퍼하지 마라
외로운 별 그 안에 와서
사람들마저
잠시 머물다 돌아가지 않더냐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것이든 사라져 가는 것을
탓하지 마라
아침이 오고 저녁 또한 사라져 가더라도
흘러가는 냇물에게 그러하듯
기꺼이 전별하라
잠시 머물다 돌아가는 사람들
네 마음속에
영원을 네 것인 양 붙들지 마라
사람 사는 곳의 아침이면 아침
저녁이면 저녁
그 빈 허공의 시간 속에서
잠시 안식하라
찰나 속에서 서로 사랑하라
외로운 별은 너의 것이 아니다
반짝 빛나는 그 허공의 시간을
네 것인 사랑으로 채우다 가라
다시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12 rules for life)>>의 에필로그로 되돌아 온다. 그가 자신의 주변과 정리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고, 나에게 큰 지혜를 주었다.
(1) 아내를 성모처럼 공경한다. 이는 어머니라는 역할에 담긴 신성한 의미에 주목한 것이다. 여성이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면 어떤 아이를 낳겠는가? 세계의 운명은 앞으로 태어날 아기들에게 달려 있다. 그 아기들은 작고 유약하며 힘없는 존재이지만, 때가 되면 말과 행동을 통해 혼돈과 질서의 균형을 잡아 갈 것이다.
(2) 딸을 뒤에서 든든히 후원하고, 경청하고 지켜주고 정신을 단련시키고, 엄마가 되고 싶어 하면 훌륭한 선택이라고 격려한다. 딸을 후원해 준다는 말은 딸이 무엇이든 대담하게 시도해 보려 할 때 용기를 북돋워 주고 격려한다는 뜻이다. 딸이 자신이 여성이란 사실을 진정으로 감사하게 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또한 가족을 이루고 자녀를 낳는 일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개인적인 야심을 이루고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것보다 가족을 이루고 아이를 기르는 일의 가치를 더 낮게 보고 무시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어머니과 아기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회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3) 부모의 인내와 고통이 헛되지 않도록 행동한다. 이 말은 나보다 앞서 산 모든 사람의 수고와 노력, 희생을 기억하고, 그들이 이루어 낸 모든 발전에 고마움을 느끼며, 그들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한다는 뜻이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도 내 부모님의 인내와 고통이 헛되지 않도록 살려 한다. 특히 부모님을 부끄럽게 하지 않으려 한다.
(4) 아들에게는 진정한 하느님의 아들이 되라고 용기를 북돋워 준다. 이 말은 아들이 올바르게 행동하기를 바라고, 그렇게 행동할 때 힘껏 뒷받침해 준다는 뜻이다. 세속적인 것들을 초월한 선함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로 헌신하는 아들이 되기를 바라며, 그런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 지원하겠다는 거다.
(5) 낯선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 사람을 집에 초대하고 형제처럼 대한다. 그럼 그가 우리와 하나가 되지 않겠는가? 낯선 사람에게 믿음의 손을 내밀면, 그의 선한 면이 화답할 것이라는 뜻이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신성한 호의를 베풀어 평화로운 삶을 만들어 가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낯선 이웃이 곧 나의 하느님이기 때문이다.
(6) 추락한 영혼은 어떻게 대할까? 진심을 담아 조심스럽게 구조의 손길을 내민다. 하지만 함께 진창에 빠지지는 않는다.
(7) 세상과는 어떻게 지내야 할까? 자신이 존재하는 게 존재하지 않은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도록 행동한다. 세상의 불확실함에 믿음과 용기로 당당하게 맞서라는 뜻이다.
(8)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자신이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그들과 공유한다. 스스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그렇게 얻은 지혜를 말로 정리하며, 그 말을 정성을 다해 알린다는 뜻이다. 우리는 극단적으로 분열되어 혼돈의 늪으로 추락하고 있다. 재앙을 피하려면 각자가 진실을 앞세워야 한다.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합리화하는 허술한 논거와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려는 비열한 책략은 버리고, 누구라도 보고 평가할 수 있도록 진실을 완전히 발가벗겨 드러내며, 공통점을 찾아 모두 함께 전진하자는 것이다. 더 위대한 것을 위해 자신이 아끼는 모든 것을 희생한다. 죽은 나뭇가지는 태워 없애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고 상장할 수 있다. 즉 썩은 것을 찾아내서 도려낸 후 에야 건강한 것을 그 자리에 심을 수 있다.
(9) 현명한 사람을 깨달음의 진정한 구도자로 대한다. 구도자(求道者)에 방점을 찍는다. 완전히 깨우친 사람은 없다. 더 많은 것을 깨달어가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제대로 된 삶은 무엇인가가 되어 가는 과정이지 정체된 상태가 아니다. 어딘가로 향하는 여정이지 도착점이 아니다. 진정으로 바람직한 삶은 확실함을 갈구하는 삶이 아니라, 새로운 깨달음으로 이미 알던 것들을 꾸준히 바꿔 가는 삶이다. 현재 상태보다 변화 가능성을 항상 우위에 두자는 거다. 지속적인 변화와 개선을 위해서는 당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10) 내가 지금 가진 것이 하찮다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 것도 갖지 못하고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을 기억한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의 목록을 작성해 보면, 내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회가 없어 서가 아니라 가진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것을 하찮게 여길 정도로 교만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세상에 분노하기 보다 어떤 기회이든 겸손히 받아들인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기회를 통해 새로운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거다. 작은 기회도 소중히 여기고 하찮은 성공에도 감사하는 마을을 가지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유능하고 훌륭한 인물로 성장하게 된다.
피터슨은 <<도덕경>> 제33장을 에필로그에서 공유했다. "다른 사람을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고 스스로를 아는 사람은 밝은 사람이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 있는 사람이고 스스로를 이기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많은 물질을 가진 사람은 부유하지만, 자신이 충분하게 갖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도(道)와 하나가 된 사람이다.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는 자기의 분수를 아는 사람은 그 지위를 오래 지속하고, 죽어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은 영원하도록 사는 것이다." (<<도덕경>> 제33장) 나도 좋아는 구절이다.
남을 아는 자는 지혜롭고(지, 知), 자신을 아는 자는 현명(賢明)하다. 자신을 아는 사람은 명(明)을 아는 자이다. 그래서 작은 기회를 잡고 변화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이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보다 낫다. 분노와 원망에 사로잡혀 세상을 탓하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훨씬 낫다.
(11) 탐욕에 사로잡히면 어떻게 할까?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낫다는 걸 기억한다. 세상은 약탈해야 할 보물 창고가 아니라, 공유하고 교환하는 광장이다. 나눈다는 것은 더 좋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인간의 선의는 상대방의 나눔에 반응한다. 그런 행동을 지지하고 모방한다. 따라서 나눔이 이곳저곳에서 이루어진다면 세상의 모든 것이 나아지고, 더 나은 미래가 열릴 것이다.
(12) 환경을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살아 있는 물을 찾아 그 물로 지구를 깨끗이 씻는다. 환경 문제는 심리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정돈하는 사람이 늘면 그들이 주변 세상에 대해서도 더 많은 책임을 떠안을 것이고, 그렇다면 더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도시를 지배하기보다 시민 정신을 지배하는 것이 더 확실하다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13) 적이 성공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보다 약간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적의 성공에서 얻은 교훈에 감사한다. 적의 성공에서 배우고, 적의 비판을 경청하라는 뜻이다. 그래야 적의 비판과 항의로부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내가 배워야 할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14) 마음은 조급한데 몸은 피곤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을 향한 도움의 손길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이 말은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하나는 개인의 한계를 인식하라는 뜻이고, 둘째는 가족과 친구와 지인만이 아니라 낯선 사람의 도움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인간이라면 피곤함과 조급함을 피할 수 없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다. 그렇다고 혼자 안달복달할 필요가 없다. 책임을 나누고 서로 협력함으로써,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공유해 보는 거다.
(15) 늙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젊은 시절의 잠재력을 완숙한 인품으로 대체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면, '삶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완벽하게 입증된다'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시인 예이츠는 "늙은이는 단지 보잘것없는 것, 막대기에 걸친 누더기일 뿐. 만약 영혼이 손뼉 치며 노래하지 않는다면, 조각조각 떨어지는 육신의 옷을 위해 더 크게 노래하지 않는다"고 했다.
(16) 내 아이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사랑하는 사람을 안아 주고, 그들의 고통을 치유해 준다. 죽음은 삶의 과정에서 필연적이기 때문에 죽음 앞에서 강해질 필요가 있다. 역경에 굴복하지 말고 강해지는 거다. 피터슨에 의하면,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때 남은 가족들의 결속력이 더욱 강해지는 경우 많다고 한다. 그들은 전보다 서로 의지하고 함께 도와주려고 더 많이 노력한다. 우리는 아픔을 서로 보듬어 주며 삶의 비극에 함께 맞서야 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겪으면 인간의 나약함과 유한함에 대해 더욱 깊이 알게 된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낀다.
(17) 인생에 재앙이 닥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다음의 움직임에 관심을 집중한다. 모든 것이 혼돈에 빠지고 불확실해지면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방법은 지금 가진 것을 바탕으로 높은 곳에 목표를 두고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18) 세상을 바로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 자신부터 바로잡는 것이다. 그 밖의 방법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렵다. 희생을 거부하고,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으며, 진실을 말하지 않을 때 우리는 점점 약해진다. 약해진 상태에서는 인생의 비극 앞에 쉽게 무너진다. 약해진 상태에서는 실패하고 고통받기가 쉽다. 영혼마저 회복할 수 없개 망가진다. 삶은 원만하게 흘러갈 때도 힘들다. 내가 약해지면 삶은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간다. 그렇게 되면 삶은 영원히 헤어날 수 없는 지옥이 된다. 불운한 영혼을 덮치는 끔찍한 고통의 원인은 알면서도 범한 잘못, 배신과 기만, 부주의, 비겁한 회피, 의도적인 무시 등이다.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의 왕은 삶의 무능한 심판자이다.
(19) 다른 사람이 만든 삶의 규칙을 따라야 하냐 하면서, 지금까지 <인생의 위한 12가지 규칙> 이야기가 부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규칙이 없으면 욕망의 노예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적절한 통제 없이 마음대로 하게 두면 우리는 곧바로 목표를 낮추고 자기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 낮은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저런 규칙을 정해 눈높이를 올리고 수준을 유지하려고 하여야 한다. 피터슨은 최고의 규칙은 우리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을 주고 더욱 충만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게 해준다고 했다.
인간은 규칙이나 법칙을 싫어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규칙으로부터 자유로워 지기를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직화된 체계를 추구하기도 한다. 서구 세계에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에 태어난 세대)는 학교에서 서로 모순되는 두 도덕 개념을 배운 첫 세대들이다. 이런 모순된 교육 때문에 때때로 방향 감각을 상실하거나 불확실성에 시달렸다. 두 개념 중 하나는 도덕적 가치는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상대주의적 도덕성을 '개인의 가치 판단'이란 이름으로 가르친다. '상대적'이라는 표현은 어떤 것도 절대적으로 옳거나 절대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어쨌든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도 모르고, 무엇이 좋은지도 모르기 때문에 '성인들이 젊은이에게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 말한다. 이런 시대 분위기 영향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과거 세대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준 실천적 지혜를 전혀 교육받지 못한 채 자랐다. 그들은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방치된 세대이다. 그 반대가 반작용으로 그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맹목적인 이데올로그들의 목소리이다. 상대주의자들은 무엇이든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이데올로그는 반대로 모든 것을 이해하는 단 하나의 방법만이 있다고 주장한다. 타인의 잘못된 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그런 잘못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꿰뚫고 있는 것처럼 가르친다.
피터슨의 책에 흐르는 '삶을 위한 12가지 규칙'을 한 가지로 말하라면, 자신의 삶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다. 충만한 삶을 살고 싶다면 세상을 원망하기 전, 자신부터 변하겠다고 결심해야 하고, 그런 후에야 더 큰 목표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장하려면 미지의 세계에 과감히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 현재의 한계를 넘어서려면 이상을 신중하게 선택해서 추구해야 한다. 그 이상은 지신이 언제라도 도달할 수 있는 경계 너머에 있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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