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오늘 아침 글입니다.
힘이 모든 인간적 가치를 억압했던 시대를 우리는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남루하고 매우 서글픈 일이었지요. 요즈음 다시 그 시절로 회귀하는 정치권력을 보면서, 사유의 의무와 의지를 위해 이 글을 쓰게 된 것입니다. 이 시리즈로는 끝입니다.
사유하지 않고 살다가 독재 유신 체제의 중심부에 들어가, 사회 지도층으로 성장하다가 지금 이 시대에 다시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공통점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들은 ‘자기만의 고유한 생각과 판단’을 유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독재자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혼자서 판단하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근면하고 성실하게 이행하라고 요구합니다. 이때, ‘자기만의 고유한 생각과 판단’이 있는 사람이라면, 독재자의 생각이 전체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단호히 거부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이것이 바로 생각의 의무이자 의지를 관철하려는 짐승이 아닌 인간의 태도입니다. 이런 생각을 각성시키는 것이 오늘날 많이 사라져가고 있는 인문운동가들의 일이고 대전문화연대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합니다.
‘영남-보수-부자’가 손잡은 현 정치권력들은 공동체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입신양명을 위해 시간을 보낸 사람들입니다. 개는 개밥을 주는 사람이 도둑인지 살인자인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독재시절의 입신양명은 스스로 개로서 살기로 작정했을 때만 가능합니다. 이 ‘개’들이 자신만 ‘개’로서 살면 그래도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 ‘개’들이 우리 사회에 피해를 줍니다. 왜 그런지 생각해볼까요? 그들은 ‘개’가 아니라 인간으로 살려고 버티는 사람들을 탄압하는데 앞장서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주인의 명령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의 열등감 때문에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동료와 후배들을 보면 불쾌감과 모욕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것은 심리적 메커니즘이지요.
‘개’가 아닌 인간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사람들은 ‘개’가 되어버린 사람으로서는 불쾌한 존재일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그들의 당당함은 ‘개’가 되어버린 사람에게 자신이 지금 ‘개’로서 살고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자각하게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로서 자처한 사람들은 당당한 인간들을 모두 ‘개’로 만들려고 애씁니다. 그때 최고 권력자, 독재자는 그들에게 고마워할 뿐이지요. 자신의 ‘개’가 다른 모든 사람들을 ‘개’로 만들려고 ’근면하게’, 생각하지 않고 일만 하게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권력자에게 비굴한 사람들이 항상 자신의 후배들에게도 비굴함을 강요하게 되는 것도 동일한 심리적 구조입니다.
다는 아니지만, 일부 ‘개’같은 최근 우리 사회의 지도층들은 후안무치(厚顔無恥, 뻔뻔스러워 부끄러움이 없음)에 안하무인(眼下無人, 눈 아래에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방자하고 교만하여 다른 사람을 업신여김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들은 주인의 생각을 충실히 따르면서 개밥만 챙깁니다. 그들은 타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이를 한나 아렌트는 ‘무사유의 죄’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들은 진정으로 생각하지 않고 사는 죄인들입니다.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은 이 사회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정당한지, 그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성찰하지 않는 죄인들입니다.
더 심각한 사실을 하나 더 밝혀야 합니다. 최근 일부 우리 사회 지도층들의 행태들입니다. 주인만의 생각을 충실히 따르면서, 개밥만을 챙겨왔던 사람들은 주인의 명령이 없을 때, 그들에게 남는 것은 동물적인 쾌락과 향락 그리고 권력욕만 남습니다. 이미 머리는 권력자에게 넘겨주었으니 남은 것은 알량한 몸뚱이와 동물적 욕망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힘을 행사하지 못하면, 개로서 살아가는 삶은 너무나 남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개’로서 그들은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성 접대, 성추행 등을 하는 것입니다. 개는 주인을 제외하고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론을 말하면, 생각 없이 짐승처럼 사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 피해를 주는 커다란 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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