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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

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참나'를 찾는 여행

프로이트는 사랑, 일 그리고 놀이를 행복의 3대 조건이라고 했다.
- 지금 하고 있는 일,
- 지금 하고 있는 사랑,
- 그것을 놀이로 만들줄 아는 여유.
그것만 있으면, 지금 어디서든 행복할 수 있다고 했다.

칸트는 행복의 3원칙으로 어떤 일을 할 것, 어떤 사람을 사랑할 것 그리고 어떤 일에서든 희망을 가질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세 가지 과제로 아들러는 이것들을 꼽았다.
일의 과제, 교우의 과제 그리고 사랑의 과제.

일의 과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해낼 수는 없다." "타인과 협력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다."
교우의 과제: 연애 관계와 가족 관계로 나누어 생각한다.
사랑의 과제
상대방을 구속하지 않고, 상대가 행복하다면 그 모습을 순수히 축복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인간은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랑을 실감할 수 있다.

아들러의 심리학을 우리는 '개인 심리학'이라고 한다. 여기서 개인은 일반적 의미의 낱낱의 사람이지만, 개인심리학에서 개인은 분할할 수 없는 것이란 뜻이다. 아들러는 타인에 대한 관심, 즉 공동체 감각을 강조한다.

아들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었다. 그래서 그의 심리학을  "소유 심리학"이 아니라 "사용 심리학"이라고도 한다. '무엇이 주어지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하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생활양식을 자신의 손으로 고르는 것이다.  '주어진 것'은 우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갖다붙이는 좋은 '핑계'가 되어줄 뿐이라고 한다.  아들러 심리학은 타인을 바꾸기 위한 심리학이 아니라 자신을 바꾸기 위한 심리학이다.

참고로 아들러 심리학이 제시한 인간의 행동과 심리 목표는 이렇다.
행동목표
-자립할 것-'공짜'는 없다 채우기보다 비울 것
-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것
심리 목표
-내게는 능력이 있다-무엇이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내 친구이다.

아들러는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고민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관계는  세 가지이다. 나와 나, 나와 남, 나와 세계사이의 관계. 인간관계에서의 문제로 타인을 '적'으로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타인에게 관심 기울이기, 타인은 자신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존재가 아님을 깨닫기, 타인과의 과제 분리하기 등의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는 "인간은 누구나 같은 세계에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의미부여'한 세계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자신과 인생과 세계에 대한 의미부여를 '생활양식'이라고 한다.  이것은 어린 시절에 형성된 자신이나 세계를 바라보는 견해인 동시에 문제를 해결할 때의 정해진 패턴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생활양식'은 생각의 관점을 바꾸면, 어렵다 할지라지라도 바꾸기가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아들러의 심리학을 보면,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우리의 인생에다 자기 스스로 부여한 의미를 버리고, 언제든지 새로운 자신이 되겠다고 결심한다면 세상의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아들러의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노트에 적어두었던 것을 여기서 다시 정리해 본다.  

과제의 분리는 인간관계의 입구이다. 인간관계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손을 내밀면 닿을 수 있되 상대의 영역에는 발을 들이지 않는 거리가 필요하다.

'이것은 누구의 과제인가?'라는 관점에서 자신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 타인의 과제에는 함부로 침범하지 않는다.

누구의 과제인지 구별하는 방법은 그 선택이 가져온 결과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언제나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사는 표시하되,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다른 이에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예컨대, 부모는 자녀에게 곤경에 처했을 때에는 언제든지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만 하면 된다.

인생을 단순하게 사는 방법은 타인의 과제를 비우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는 내 과제가 아니다."라고 경계선을 긋는다. 나의 기대와 신뢰를 받는 상대라도 그가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것은 그 사람의 과제이다.

나는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살지 않는다. 타인의 인정을 바라고, 타인의 평가에만 신경을 기울인다면, 타인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내가 나를 위해 인생을 살아주지 않는다면, 대체 누가 나를 위해 살아준단 말인가?" 자신의 삶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믿는 최선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누구도 내 과제에 개입시키지 말고, 나도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지 않는다.

상대가 내게 어떻게 행동을 하든 내 행동을 정하는 것은 나이다.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의 방침에 따라 사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다. 그래서 자유를 얻으려면 타인에게 미움을 살 수 밖에 없다. 타인에게 미움을 받을 용기를 가져야 한다.

남이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든 마음에 두지 않고, 남이 나를 싫어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인정 받지 못하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 한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없 다. 그러니까 남들로부터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자유는 미움을 살 가능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카드는 언제나 내가 쥐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시도해 보는 것이다.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고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제분리'는 단지 출발점이다. 그 다음으로 "어떻게 타인과 관계 맺어야 하는가?를 고민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공동체 감각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아들러의 생각이다. 타인을 친구로 여기고, 거기서 내가 있을 곳은 여기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이 공동체 감각이다. 이 감각을 키우려면, 자기에 대한 집착(self interest)을 타인에 대한 관심(social interest)으로 바꾸는 것이다.

자기에 대한 집착(자기 중심적 인간)은 과제의 분리를 하지 못하고 인정 욕구에 사로잡힌 인간으로 나 이외는 관심이 없는 자기중심적이 되게 만든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다도 자기에 대한 집착이다.

나는 세계의 중심이 아니다. 단지 나의 인생의 주인공이면서도 공동체의 일원이자 전체의 일부일 뿐이다. 그렇다고 타인은 나의 기대를 채워주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여기에 있어도 좋다'는 소속감을 원한다. 그러나 그 소속감은 가만히 있어도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공헌해야 얻을 수 있다. 무엇을? 인생의 과제(일-교우-사랑)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소속감이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획득하는 것이다.

관계가 끊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사는 것은 타인을 위해 사는 부자유스러운 삶이다. '나-너'의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가 어려우면 그 관계를 끊는 것이 좋다. 보다 다른 '나-너', 보다 다양한 '사람들', 보다 큰 공동체는 반드시 존재한다.

과제를 분리하면서, 서로 협조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발전시키려면, 수평관계가 필요하다. 수평관계란 같지는 않지만 대등하다는 뜻이다. 이런 관계에서는 서로 열등콤플렉스가 없다.

타인의 과제에 불쑥 끼어드는 행위를 '개입'이라 한다. 이런 관계는 인간관계를 수직으로 보고, 상대를 자신보다 아래라고 보고 개입을 하는 것이다. 양해를 하지 않고, 남의 일에 불쑥 끼어들어서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조종하려고 하는 것이다. 개입이나 조종이 아니라 지원이 필요하다.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수평관계에서 근거한 지원을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용기부여'라고 한다.

아들러 심리학의 견해는 과제를 앞두고 능력이 있든 없든 과제에 맞설 용기를 잃는 것을 문제로 본다.
그래서 이런 구체적인 실천을 끝으로 다짐해 본다.
(1) 과제를 분리할 것
(2) 서로가 다름을 받아들이면서 대등한 수평관계를 맺을 것
(3) 용기부여란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4) 타인을 평가하지 않는다. 고맙다, 기쁘다, 도움이 됐다. 이런 것들은 평가가 아니라 보다 순수한 감사의 인사이다. 인간은 감사의 말을 들었을 때 스스로 타인에게 공헌했음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