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수업(Death Class)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참구하는 시간 (5,마지막)
1. 지금이 내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생이다. 그렇다면, 돈만 벌기 위해 인생까지 낭비해야 할까? 이것이 바로 죽음을 생각함으로써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의 조합이다. 돈과 행복은 비례하는 관계가 아니다. 돈이 많아지면, 소비 기준도 같이 올라간다. 그래서 행복의 만족도는 제자리걸음이다. 철학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잘 생각하지 않았을 때 우리는 덫에 걸릴 수 있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
2. "각자도생(各自圖生)하려고 몸부림치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념(情念)"이라고 작가 벨 훅스는 말한다. 사랑마저 포기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가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는 무엇일까? 지금 세상에 필요한 것은 사랑이다. 세상은 지금 무엇을 요구하는가? 더 많은 사람이 타인을 보살피는 것이다. 지금 세상에 필요한 것이 '확장된 감각 안에 있는 사랑'이다. 우리는 사랑할 때 비로소 온 마음으로 상대를 살피게 된다. 그러면서 상대에 연결된 부수적인 관계들까지 포용하거나 관찰하게 된다. 이런 사랑이 연대로 나아가는 문이다.
3.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타인을 돕는 것이다. 이때 타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칸트학파는 말한다. "당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존중이다." 연대는 사랑이 만들어내는 감성적인 톤이 아니다. 우리는 완벽하게 실재하는 존재로서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 이게 연대이다. 그들은 모두 이성에 따라 스스로를 조절하고 자신의 계획을 갖고 있으며, 어떤 삶을 살겠다고 결정한다. 우리는 그들이 자신의 모습대로 살도록 자원을 지원 하며 돕는 거다. 도덕으로 헤아리는 거다. 그래서 칸트 철학에서 인식이 중요하다.
4. 확장된 감각으로 이뤄지는 사랑 역시 위대한 질문이고, 이 질문이 삶을 부른다. 사랑이 삶을 부른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다. 그러다 그들은 갑자기 진땀을 흘린다. 그리고는 말한다. 마치 열병보다 더하다고, 사랑은 진정으로 소중하다고. 칸트는 한 개체로서 인간을 하나의 세상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반면 헤겔은 진정으로 상대를 이해하려면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사람과 세상을 연결 지어 이해하는 거다.
5.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면, 마음속에서는 무엇이 진행되는가? 우리는 그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를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사랑은 누군가가 멋지다는 것을 누군가가 발견하는 일이다. 내가 원하는 것 가운데 한 가지는 가치 있어지는 것이지만, 반면에 나는 내 가치가 타인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때, 그들은 내 가치를 입증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이로써 내가 가치 있는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이렇게 공존하는 것이다. 사랑이 깨지는 경우는 가치 있는 존재가 같은 방식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이 사랑이 없는 세상이다. 가치를 몰라주니, 사랑이 갈 곳을 잃고 있는 것이다. 사랑이 부재한 사회는 가치에 대한 우리 감각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심각한 것이다.
6. 사랑에 대한 마음을 소극적으로 가두는 오늘의 방식은 바로 타인의 가치를 알아보는 우리의 감지 능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결국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는 감각까지 마비시킨다. 타인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도 알아차리기 힘들다. 타인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보다 자신을 더 중요하게 여겨서 그러는게 아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7. 우리가 세상을 염려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사랑은 우리가 열정적으로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사랑 속에서 서로 가치 있는 존재로 나아갈 길을 얻는다. 이는 세상을 만나고 연대하는 방식일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 귀한 존재임을 발견할 기회이기도 하다.
8.죽으면 끝이다. 그러니 살아 있는 이 사간을 잘 누리면 된다. 마음껏 사는 거다. 한 번 사는 인생이니 여러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난 다른 이가 더 행복해지는 일에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 잘 모르는 사후의 세계보단 내가 알 수 있는 오늘의 삶을 살고 싶다.
9.죽음이 끝이라는 유한성 속에서 여럿이 함께 누리는 행복을 꿈꾸자는 것이 죽음수업이다. 모든 생명이 사랑의 마음으로 연결되는 세상을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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