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7월 3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천안-대전 친선 탁구 모임이 코로나 이후 계속 되고 있다. 어제는 천안에서 했다. 기차를 타고 가면, 친구가 역으로 마중 나오고, 저녁까지 사주고, 또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 텃밭의 고추나 토마토를 챙겨 준다. 커다란 기쁨이다.
100세 시대 준비는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나? 언제 시작해도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다. 남은 삶에서는 오늘이 가장 빠른 순간이다. 부담되는 노인이 아니라 도움 주는 어른으로 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미래를 설계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일이다. 행복한 노후를 방해하는 3대 요소가 빈곤, 질병, 고독감이다. 그 중 나는 세 번째에 방점을 찍는다. 이를 위해, 내가 정한 노후 대책은 열심히 활동하고, 많이 접속하여 관계를 만들고, 그 활동 마당을 유지하며, 차이를 생성하는 일상을 명랑하고 즐겁게 영위하는 거다. 나 자신을 보다 더 활짝 열고 타자에게 접속한다. 삶의 방향을 정하고, 자신의 항상성을 위해 지속하고, 타자와 접속하라. 이게 영성의 지혜를 알고 사는 길이다. 이게 삶의 성장의 길이다. 인생의 사는 맛은 활동과 관계가 많고, 잘 이루어지며, 그것들이 의미가 있다면 잘 살고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우선은 관계의 폭을 넓게 하고, 그 관계에 충실하며, 끊임없이 접속을 유지한다면, 원하는 활동이 확장되는 것이다.
요약하면, 우리의 일상에 필요한 세 가지 키워드 중, 하나가 '활동을 한다'이다. 태양이 뜨면, 낮에 활동을 하는 거다. 몸을 움직이는 거다. 그 활동하는 곳이 직장일 수도 있고 자기 스스로 활동을 만들어내도 된다. 두 번째는 '누군가 또 무언가와 관계를 맺는 거다.' 다시 말하면 접속이 이루어지는 일이다. 삶은 활동과 접속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새로운 것이 생성되게 하는 거다. 특히 차이가 생성되는 기쁨을 누려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진정한 차이는 어떤 것을 배우면서 만날 수 있다. 우리는 그 차이를 느낄 때 살아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도시는 자주 사막에 비유 된다. 도시의 이미지가 삭막한 탓이다. 도시가 사막이라면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모래알이다. 도시라는 사막에는 모래와 모래를 이어주는 접착제가 없다. 모래와 모래 사이가 늘 비어 있다. 도시는 공동체를 경험하지 못한 자들의 공동체이다. 검색에서 사색으로, 접속에서 결속으로 옮겨야 한다. 검색과 접속의 디지털 문명에서, 뒷걸음질로 걷거나 멈춰 서는 것이 자발적 사색이다. 그리고 그런 사색과 더불어 타인의 처지에 공감할 때 사회적 결속이 생긴다.
사는 건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느냐 에 달려 있다. 그래서 사는 건 소유가 아니라 활동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노후 대책은 관계와 현장의 활동이다. 한 평생을 직장과 핵가족에서만 산 사람은 은퇴 후 힘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돈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걸로는 해결이 안 된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관계와 활동이다. 계속되고 부지런한 활동은 예전의 끈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장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노후 대책은 관계와 현장을 재구성할 수 있는 힘이다. 우정과 지성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그 속에서 같이 읽고 쓰기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스토리들이 확장될 수 있다.
하루를 열심히 보내는 가운데 발견하는 사소한 기쁨과 예기치 않은 즐거움이 나이 들어감에 겪는 슬픔을 달래 준다. 그래서 우리는 가급적 유쾌하게 살아야 한다. 사소한 기쁨과 웃음을 잃지 않는 한, 우리의 삶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젊었을 때는 뜻을 세워 열심히 노력하면 모든 일을 다 이뤄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의해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말이 안되는 곳이 많았다.
안 늙으려면, 노화를 더디게 하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살면 된다. 지루한 시간 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 것이다. 그러려면 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고, 즐겁지 않은 일은 안 하는 것이다. 세상은 불공평해도 세월은 공평하다. 세상이 안 풀리는 게 아니라, 내가 안 푸는 것이다. 못 푸는 게 아니라, 안 푸는 것이다. 풀지도 않으면서 저절로 풀리기를 바란 거다. 인생 수능의 채점자는 세월이다. 세월은 세상보다 힘이 세다. 세상은 나를 차갑게 대해도 세월은 결국 나를 알아 줄 것이다. 세상이 주는 조건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세월이 주는 가능성과 한계는 누구에게나 똑같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 세월은 세상보다 힘이 세다.
늙는다는 것/김재진
잘난 그대도 아파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아라
도대체 뭣이 그리 중하다고 역설을 하는가
늙는다는 것은 차츰차츰 잃어가는 것이다.
평소에는 무덤덤하게 스쳐 가는 것들이
막다른 골목에서 폐부를 찔러올 때
회한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볼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제대로 배설할 때 그것을 최고의 복이라 하거늘
뭐 하러 그리 한눈을 파는 것인가.
산다는 것은 말이지
평범한 일상이 최고의 행복이려니
더 바래 무엇하고 혹여 고통에 시작일 뿐이다.
참을 수 없도록 죽을 만치 아파보지 않았으면
세상을 탓하지도 말고 생긴 대로 어우러져 살자
너나 나나 잠시 머무른 여행자일 뿐이다.
오늘도 <태도의 말들>의 저자 엄지혜가 고른 말들 중 몇 개를 골라 사유를 하고, 공유한다. "진짜를 접하고 진짜를 먹으면서 자라면, 나중에 가짜를 접해도 수정하는 힘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저자 제방사 와타나베 에타쿠가 했다는 말이다. 불량 식품, 먹는 문제만이 아니다. 사는 것도 그렇다. 한 번 가짜에 빠지면 그곳은 수렁이다. 헤어나오지 못하고, 수치심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TV와 인터넷에서 질리도록 보고 있다. 그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첫 번째가 건강이고, 두 번째는 생각하는 힘과 창의력이다. 왜냐하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은 곧 생각하는 힘이고, 생각은 곧 창의력이기 때문이다. 수정하는 힘, 생각하는 힘, 이 둘만 있으면,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도 자기 것을 만들 수 있다.
행복 하려면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그 길은 용기를 내어 자신을 행해 쉼 없이 걷는 일이다. 그러면서 이런 질문들을 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 이런 질문이 없으면 더 이상의 삶은 없다. 묻는 행위를 하지 않는 인간은 쪼그라든다. 이건 내 생각이다.
돈을 적게 벌면 적게 쓰면 된다. 이 말 보다 "태도의 말"은 '돈을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을 사는 거다.' 그리고 내일만 고민하는 거다. 나의 생활 지침은 '내일은 없다. 오늘이 좋습니다'이다. 이 지침을 곱게 듣지 않는 사람도 많다. 걱정 없는 인생으로 보는 이도 있다. 아니면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게으른 자로 보는 이도 있다. 내 생각은 '잘 산 하루'가 내일을 만든다고 믿는다. 내일은 오늘을 잘 산 사람에게 오는 선물이다. 내일의 나는 또 다른 모습이다. 그러니 오늘이 좋은 거다. 엄밀히 말하면 내일은 없다.
또 다른 말 하나. '그렇게 구체적으로 말해 줘 고마워요.' 문학 평론가 정홍수가 필립 로스를 기리며 쓴 평론의 제목이다. 너무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람들은 구차하다고, 너무 깐깐하다고 한다. 그러나 과도한 정보와 구체적인 정보는 다르다. 구체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상대를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그러면 자기 멋대로 상상할 수 있는 오해를 일찍이 차단해 준다.
일찍이 나는 '아이는 부모의 말이 아니라,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러니까 "부모가 최선을 다하면, 아이는 당연히 느끼다(정신분석가 이승욱, <<천 일의 눈 맞춤>>)". 셰프 이연복의 자녀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엄마, 아빠가 열심히 사는데 우리가 어떻게 삐뚤게 나가요." 본다. 보인다. 부모의 애씀을 자식이 모를 수가 없다.
날씨가 엄청 덥다. 태양이 모든 것을 익힐 작정 같다. 오늘은 여기서 멈춘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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