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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아름다운 곳/문정희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봄이 다 가고 있다. 아름다움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달인 4월도 벌써 10일이나 지나간다. 그래 오늘 아침도 농장의 벚꽃을 공유한다. 꽃이 우리의 가슴을 열어주는 것처럼, 공유하는 시를 큰 소리로 읽으면, 내 가슴도 열릴 것이다. 아침마다 예쁜 사진과 시를 한 편 씩 공유하는 이유는, 사진과 시가 ‘연결의 다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와 고운 사진은 사람들의 가슴과 가슴을 연결하고 나를 나 아닌 모든 다른 것들과 연결시키고 나를 나 자신에게 연결시킨다. 무엇보다도 사진과 시는 내가 나보다 더 큰 어떤 것, 내가 ‘나’의 좁은 울타리를 넘어 더 크고 중요한 어떤 것과 연결되게 한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된다.

아름다운 곳/문정희

봄이라고 해서 사실은
새로 난 것 한 가지도 없다
어디인가 깊고 먼 곳을 다녀온
모두가 낯익은 작년 것들이다

우리가 날마다 작고 슬픈 밥솥에다
쌀을 씻어 헹구고 있는 사이
보아라, 죽어서 땅에 떨어진
저 가느다란 풀잎에
푸르고 생생한 기적이 돌아왔다

창백한 고목나무에도
일제히 눈 펄 같은 벚꽃들이 피었다
누구의 손이 쓰다듬었을까
어디를 다녀와야 다시 봄이 될까
나도 그곳에 한번 다녀오고 싶다

오늘 아침에, 팀 페리스의 책,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를 다 읽었다. 그 책의 맨 마지막 장이 유발 하라리가 한 이야기이다. 그는, 2040년이 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모두가 쓸모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크라테스처럼,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그는 '개인의 회복력'과 '감성지능'에 힘 쓰라고 했다. 2040년의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들의  삶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학습기'와 그 뒤를 잇는 '노동기'이다. 첫 번째 시기에 인간은 안정적인 자기 정체성을 확립한다. 동시에 개인적인 지식과 일하는 기술도 습득한다. 두 번째 시기에는 확립된 정체성과 기술을 통해 세상을 헤쳐 나가고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에 기여한다.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2040년이 되면 이러한 모델이 쓸모 없어질 것이라 한다. 따라서 평생 동안 배움을 계속하고 끊임 없이 자신을 쇄신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말한다. 2040년의 세상은 오늘과 완전히 다르고 극도로 정신 없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본다. 변화 속도가 지금 보다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속적으로 배우고 혁신하는 능력을 요구 받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나만 남기고 세상이 다 빠르게 날아가버릴 것 같은 불안을 헤치고 나가려면, 극도의 회복력과 균형 잡힌 정서가 필요할 것이라 말한다.

문제는 감성지능과 회복력이 습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듣는다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9세기 산업혁명 시대에 만들어진 현재의 교육 문법으로는 실행 가능한 대안이  없다. 그래 유발 하라리가 권하는 것은 '어른들의 말을 너무 믿지 마라'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21 세기는 경제와 정치, 인간관계에 대한 어른들의 지식이 시대를 앞서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테크놀로지(technology)도 너무 믿지 마라. 기술이 인간을 만들어야지, 인간이 기술을 받들면 안 된다. 조심 하지 않으면 기술이 인간의 목적을 대신 지정하고 노예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수밖에 없다.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삶을 원하지는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 21세기만큼 이 명령이 절박함을 가지는 때도 없을 것이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인간을 해킹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기업과 정부가 우리보다 우리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되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통제당하고 조종당할 수 있다. 따라서 밀리지 않으려면, 기업과 정부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한다.

최근에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 19 사태 이후 몇 주일 동안 각국의 정부가 하는 결정이 앞으로 몇 년 동안의 세계를 형성할 것이라고 최근 한 칼럼에서 말하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기고문(Youval Noah Harari: rhe world after coronavirus)을 통해, 코로나 19 대응에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을 꼽았다. 그것들은 단순히 보건 시스템의 영역을 넘어 인류의 정치 경제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앞에 '빅브라더와 같은 전체주의적 감시' 모델과 '시민 중심의 글로벌 연대' 모델의 선택지가 놓여 있고, 전자의 사례로 중국을, 후자의 사례로는 한국을 들었다. 유발 하라리의 지적대로, 우리는 앞으로 디지털 기술로 시민들을 통제할 것인지, 디지털 기술로 시민을 품고 보호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정부가 개인의 생체 정보까지 통제하는 '빅브라더' 사회의 출현을 경고했다. 인문운동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 점은 우리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유발 하라리는 사람들이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은 '비누 경찰'이 무서워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을 깨닫고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과 공권력(정부), 언론 등이 신뢰를 쌓으면 시민 사회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끝으로 그는 "글로벌 연대"를 주문했다. 예를 들면, 글로벌 정보 공유, 의료협력, 경제적 교류 등을 주장했다.

현대 감염병과의 싸움에서는 '사회적 동원'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번에 경험했다. 그 점에서 우리는 마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강력하고 효율작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조심할 것은 시회적 동원이 지나치면 관치가 된다. 관치에서 정부의 무리한 지시라도 민간은 군소리 없이 따라야 한다. 우리는 지난 정부에서 그런 것들을 경험했다. 자발성에 기반한 사회적 동원이 되어야 한다.

이제 팀 페리스의 책을 덮는다. 뒷장에 눈에 꽂히는 몇 마디가 발췌되어 있다. "매일 좋은 하루를 쌓으면서 인생을 결정할 5년 플랜을 짜라!" "내가 나를 위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위해줄 줄 것인가?"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할 날이 있겠는가? 이 두 문장이 나를 지금 여기에 존재하게 이끌었다. 나의 가장 오랜 친구이자 지혜로운 인생 동행이다." 진화 심리학자 스티븐 핑거의 말이다. 나 자신을 믿고, 내 마음 가는 대로 뒤로 미루지 말고 지금-여기서 원하는 것을 실천하는 동사적 삶을 촉발하는 이 두 문장은 나에게도 인생 동행의 지혜이다.

유발 하라리의 이야기도 발췌되어 있다, 다시 한 번 더 필사 해본다. "2040년이 되면 당신은 알게 된다. 당신이 알고 있는 것들 중 하나만 빼고는 모두 쓸모 없어진다는 것을. 유일하게 쓸모가 있는 지식은 '당신 자신에 대한 앎'이다. 지금 당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를 끈질기게 살천하는 것이다." 그래 지난 3년 전부터 아침마다 하는 글쓰기는 나 자신을 아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것이 코로나-19가 일상을 뒤흔들어도 나는 크게 동요하지 않게 한다.

이젠 TED 대표 겸 총괄 큐레이터인 크리스 앤더슨의 말로 오늘 아침 글을 마친다. "자신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배움과 성장을 추구하면서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 나가는 방법이 지혜롭다. 그러다 보면 귓가에 열정이 다가와 '이제 준비됐어'라고 속삭일 것이다. 열정이 나를 따르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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