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아침에 일어나, 내 핸드폰을 켜면, 페이스북 앱에 빨간 바탕안 숫자가 보인다. 밤에 내 페이스북을 방문한 사람의 수이다. 그래 그 앱을 누르면, "과거의 오늘"이라며, 추억을 돌아보라고 한다. 오늘은 4월 16일이다. 작년, 재작년, 3년전 오늘, 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였었다. 올해도 또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내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이젠 지겹다." 차**는 "세월호 유족들,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 지겹다"고 자신의 페북에 썼단다.
문제는 이 거다. 구조하면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하지 않아 304명을 수장시킨 박근혜 정부의 범죄 행위는 명확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5년 동안 '범죄'는 있으나, '범인'을 제대로 처벌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참사 당시 대통령으로서 세월호 참사 보고를 받고도 탈출 지시를 하지 않았던 박**와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광주지검 수사 책임자에게 진실을 은폐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황**를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황**은 더 난리를 친다.
선물로 주어진 오늘, 이 좋은 아침에 이런 글을 쓰다 보니 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이유는 세월호는 단순한 재난과 참사가 아닌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사건이다. 난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그것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몇 가지 개념들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진짜 정확히는 모른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를 만들고 그 헌법에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대통령을 뽑고, 국회를 구성해 약자를 보호하는 법을 만들고, 법을 어기는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 경찰, 검찰, 사법부를 두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들은 교육을 받고, 일한 만큼 소득에 따른 세금을 내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방의 의무 그리고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의무를 지고 있다. 서울대 김영민 교수에게서 배운 것이다. 문제가 잘 보이지 않을 때는 '***은 무엇인가?' 질문 해보면 좋다. 그래 오늘 아침 국가란 무엇인가? 물어 보았다. 끝으로, 내가 좋아하는 충남대 양해림 교수의 정리가 좋다. 이건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난 정리를 좋아한다. 역사학자 전우용은 "사람들이 진보와 보수로 나뉘는 줄 알았는데, 세월호를 겪고 보니 사람과 짐승으로 나뉘더라"라며 "세월호 참사 직후 수많은 사람이 공감했던 말인데, 5년이 지났어도 현상은 바뀌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에서 정치적 대립의 핵심 축은 이념문제가 아니라, 인간성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주말에 난 길에서 키가 큰 민들레를 보았다. 민들레는 주변의 풀이 키가 크면 같이 크고, 작으면 자기도 작게 핀다. 주변의 다른 것들을 배려한다. 우리 모두 민들레 마음이었으면 한다.
민들레/류시화
민들레 풀씨처럼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그렇게 세상의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슬픔은 왜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보면
슬프지 않은 것일까
민들레 풀씨처럼
얼마만큼의 거리를 갖고
그렇게 세상 위를 떠다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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