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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개미

1233.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은 21대 국회의원들을 뽑는 선거일이다. 얼른 선거하고, 추부에 있는 지인의 <서대산 갤러리>에 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코로나 19로 물리적 거리를 너무 두었기에, 봄 나물들을 사가지고 가 자연을 즐길 생각이다. 5일마다 서는 유성장에 가서 돌미나리, 산머위 잎, 뿌리 달린 민들레 잎들을 샀다. 시장을 두 바퀴 돌며 할머니들이 직접 채취해 오신 것들을 샀다. 흥미로운 것은 열악한 곳에서 자란 것들이 더 향이 많다는 점이다. 미나리가 특히 그렇다. 물이 별로 없는 곳에서 자란 돌 비나리가 훨씬 더 향기롭다. 나의 수고와 불편함이 나를 더 향기롭게 만드는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그래 난 최근에 덜 안락한 삶을 살려고 하며, 많이 움직이려고 한다. 오늘 아침은 어설프게 찍은 동영상(1분)을 공유하려 한다. 어제 늦은 오후에 물통을 매고 주말농장 <예훈>에 갔다. 야채들에게 인사하고 물을 주었다. 그러다가 개미들을 만났다. 이렇게 자기들의 집을 짓는다. 세상에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 없다. 꾸준함이 모든 것을 이긴다. 세상에 한 방은 없다. 이 광경을 보고 여러 생각들을 했다. 오늘 아침에 공유하는 시도 정연복 시인의 <개미>이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오시면 된다.

개미/정연복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겨우 눈에 띄는

끝없이 넓은 땅의
작디작은 점 하나.

그런데도
조금도 기죽지 않고

온몸으로 힘껏
제 갈 길을 간다.

사람들의 억센 발에
밟혀 죽을지 언정

절대로 굶어 죽지는 않는
강한 생활력

눈부시게 아름답다
본받고 싶다.

오늘 아침은 선거가 있는 날이라, 『장자』 "인간세"의 다음 부분을 공유하려 한다. 선거 전에, 나는 후보자의 자질을 이 잣대로 평가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선거, 참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까지 '4류 정치'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앞서가는 분야들이 이 4류 정치에 발목이 묶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4류 정치의 책임은 정치인들이지만 유권자인 국민도 마찬가지이다. 정치적 대표자들의 질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선거하고,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잘 만들어 가동 시켜야 한다. 정치인보다 유권자가 깨어나야 한다.

『장자』 "인간세"에서,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 안회의 갸륵한 마음을 알면서도 공자는 안회의 요청을 거절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근심 걱정이 있으면 남을 도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먼저 "스스로 도를 굳힌 뒤에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소경(시각장애인)이 소경을 인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겨우 인의(仁義)를 배우고 그것으로 정치판에 뛰어들겠다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유가(儒家)에서는 '수기치인(修己治人), 즉 자기 수양을 했으면 사람을 다스리라고 했지만 섣부른 수기(修己)만으로는 치인(治人)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오히려 '치인'이 아니라, 재인(災人), 즉 남에게 재앙을 안겨 주는 일이 되고, 결국 자기를 해칠 위험까지 있다고 했다.

2) 이상만 높고 정치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경험을 못한 햇병아리가 세상사에 닳고닳은 정치 지도자들, 사람을 자기들 마음대로 주물러 온 사람들을 설득하려 하다 가는 오히려 그들에게 설득당하고 이용만 당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옛날에 인격을 잘 닦았지만 백성을 위한다는 이상만으로 백성들 편에 서서 임금에게 간하다가 죽은 역사적 인물 두 명을 실례로 들려주면서 심지어 죽음을 당할 수 있으니 아예 갈 생각을 말라는 것이다.

3)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네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네가 위나라로 가려는 것이 진정으로 그 나라 백성들을 위한 것인지 네 명예와 실리를 위한 것인지를 살펴본 후에 가고 말고 결정하라는 것이다. 명예와 실리 추구는 성인들도 물리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상과 포부만은 좋을지 모르나, 그 것만으로는 될 일이 아니니 위나라에 가겠다는 생각을 아예 포기하라고 한다.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동기(動機)가 무엇인지 반성하게 하는 대목이다. 결국 아무리 대의명분을 내세워 무슨 일을 하더라도 그것이 조금이라도 자기의 이기적 목적에서 나온 것이 아닌지를 냉철히 살펴보고, 속으로 조금이라도 꿀리는 것이 있으면, 이런 일이 본인에게나 남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라는 것이다. 요즈음 선거에 나오면서 국가와 지역을 위해 나를 바쳤다느니 하는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선거를 앞둔 우리에게 걱정스러운 것은 정치적 담론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말은 없고, "무슨 당만 빼고", '거대 양당 심판" 같은 것만 난무한다. 이런 발언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데 필요한 기준이나 척도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결론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건강한 정치적 사유에 해로우며, 게다가 그렇게 강요되는 결론이 기성세대의 당파적 적대성과 증오를 맹목적으로 확대재생산하고 '대물림 한다'는 점에서 위험하기까지 한다.

단지 정치 브로커가 염치를 모르고 등장해 선거 청부업자 노릇을 한다. 왜 그렇게 부르느냐면, 그가 어떤 정당의 정신과 이념의 구현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적 정체성이 분명한 사람이라면 이 당 저 당 다니며 선거 용역 사업을 떠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선거 브로커 얼굴을 보고 정당을 선택할 수 없다. 정당의 이름도 그렇다. 류근 시인이 페북에 올린 다음 글이 웃음을 만들어 낸다. "미래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미래가 아예 없어 보이는 분들이 미래*** 지지하는 것을 비난하면 안 된다. '미래'라는 제목에라도 매달리고 싶은 심리를 이해해 줘야 한다."

옛날과 지금의 정치판은 조금 다르다. 옛날 한국의 정당들은 대부분 한 사람을 위한 정당이었다.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들 보스가 정당 선택의 기준이 되었다. 유권자들은 정당의 이름이나 정책이 아니라 그 사람을 보고 그의 정당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젠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 그리고 정당이 수행해온 일을 보고 선택할 수밖에 없다.

내가 좋아하는 전남대 김상봉 교수의 칼럼은 우리에게 혜안을 준다. "이것은 우연히 일어난 변화가 아니라 한국 정치의 본질적 진보와 시민의 내적 성숙의 결과이다. 오랜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통해 이제 우리도 개인의 카리스마가 아니라, 나라와 세계에 대한 보편적 뜻과 이상이 정당정치를 움직이는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그러니 비난만 하는 정당이 아니라, 우리 당이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 그리고 그런 세상을 위해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남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누군인지 말하는 정당을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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