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길은 우리의 삶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순석 부장을 위해 오늘 아침은 <봄길>이라는 시를 공유한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 오전엔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웠지만, 오후에는 햇빛이 나고 하늘이 맑았다. 그래 주말 농장에 나가 상추에 물을 주고, 잘 자라는 보리에게 인사도 하고, 아주 어린 잡초들을 뽑아주었다. 어른들의 말에 의하면, 주말 농장의 야채는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2주 전에 심은 상추 등 각종 야채가 잘 자리를 잡았다. 이번 주부터는 수확할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소설 『돈키호테』를 들고 동네 카페에 나갔는데, 그만 늘 걷던 탄동천의 봄길이 날 유혹해 그만 한 시간 걸었다. 사람들이 없어 큰 소리로 레슨 받고 있는 노래 연습까지 했다. 일찍 잎이 나온 나무들의 신록이 아름다웠다. 내가 좋아하는 이순석 부장을 위해 오늘 아침은 <봄길>이라는 시를 공유한다.

길은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데나 있지는 않다. 나의 마음이 열리면 길이 보이고, 나의 몸이 따라 주면 길을 가게 된다. 결국 몸과 마음 하나 되어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시인은 이렇게 노래한다. 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고, 스스로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고. 길이 있어 사람이 가는 것인가, 사람이 가서 길이 되는 것인가? 이 질문은 물음 속에 답이 있다. 길이 있어 사람이 가고 사람이 가서 길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 길이 된다는 것은 길이 끝난는 곳 즉, 절망의 끝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 제 길을 간다는 것이다.

길은 우리의 삶이다. 거기엔 희망이 있고, 사랑이 있다. 그러기에 또한 절망도 있고, 아픔도 있다.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사라지고, 온갖 변화가 일어나지만 길은 여전히 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여전히 있다.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사랑이 되는 사람이 있다. 사랑은 끝이 없는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건 서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는 봄길을 걸어가는 것일 게다.

이번 주 수요일에 드디어 우리 <대덕몽> 아침모임은 사회적 협동조합 <대전혁신 2050>을 창립한다. 새 길을 찾았다. 길은 두 가지가 있다. 따라가는 길과 새로 만들며 나아가는 길. 이미 만들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은 쉽고 편하다. 하지만 새롭게 만들며 가는 길은 어렵고 힘들다. 그 길은 희망이다. 그래서 인문정신은 '아파도 당당하다.' 문제가 있다면, 대충 관념적으로 장난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선다. 그래서 인문 운동의 길은 아프다. 아파야 살아있는 것이다. 안 아프면 죽은 것이다. 삶은 원래 아픈 것이다. 그러니까 살아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이 다 힘든 데도 버티며 사는 것이다.

삶이 그렇게 아픈 것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려고 자꾸 연어처럼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힘들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방향을 선택하면 강물에 휩쓸려 내려간다. 그것은 살아도 죽은 것이다. 왜? 죽은 물고기만 내려가니까. 길처럼, 우리에게는 두 가지 현실이 있다. 극복해야만 하는 현실, 순응해야만 하는 현실. 그런데 순응해야 하는 현실은 죽은 것이다.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인문운동가박한표 #파리10대학문학박사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정호승 #봄길 #와인비스트로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