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유발 하라리가 세속주의의 이상적인 여섯 번째 가치로 '책임'을 이야기 했다. 세속주의자들은 책임을 소중하게 여긴다. 세속주의자는 어떤 상위의 힘이 있어서 세상을 돌보고, 사악자를 벌하며, 의로운 자에게 보상하고, 우리를 기근과 전염병과 전쟁에서 보호해준다고 믿지 않는다. 따라서 피와 살로 된 우리 인간이 우리가 행하는 - 그리고 하지 않는 - 모든 것에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오늘로 세속주의 이야기는 마지막이다.
세상이 온통 비참한 상태에 있다면, 해법을 찾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다. 세속주의자는 근대 사회가 전염병을 치료하고 굶주린 사람을 먹이고 세계 곳곳에 평화를 전파하는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성취를 거둔데 자부심을 느낀다. 이런 성취를 어떤 신적인 보호자의 공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의 지식과 동정심을 개발한 결과들이다. 하지만 바로 그와 같은 이유 때문에 우리는 대량 학살에서 생태계 악화에 이르기까지 근대성이 초래한 범죄들과 실패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기적을 바라는 기도를 올리는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시민을 탄생시킨 혁명적 이행의 핵심은 왕이나 영주가 모든 재화를 소유하고 분배하던 시대에서 개인들이 재화를 생산하고 소유하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왕이 갖던 책임성을 시민이 갖는 것이다. 현대에서는 책임성을 자각하는 성숙된 시민의 존재 여부가 그 국가의 수준을 결정한다. 민주공화국은 그 구성원이 시민으로 형성되어 있으면 잘 운용되고, 자본주의는 재화가 자본의 단계로 성숙되어야 잘 운용된다. 성숙된 시민, '위대한 개인'은 역사적 책임감으로 무장해 있는 구성원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정치적 행위가 역사의 진행 방향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 자본도 마찬가지이다. 역사의 진행 방향을 향해 열려 있으면서 책임성을 발휘하는 재화라면 크기에 상관없이 자본이다.
어제는 와인아카데미 강의 후, 와인 시음을 야외에서 했다. 사방이 꽃들로 가득한 우리 동네 탄동천으로 나갔다. 오늘은 우리동네 매봉산을 지키자는 시위에 나갈 생각이다.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되기" 때문이다.
그릇 1/오세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節制)와 균형(均衡)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理性)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盲目)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魂)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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