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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우리의 교육 문법



3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글입니다 .

인문운동가의 시대정신

아래 사진은 2018년 2월 19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트 여자 팀추월 8강전 경기 모습니다. 한국의 김보름(앞줄 왼쪽), 그리고 박지우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기록을 살피고 있는 중이지만, 노선영은 결승선에서 한 참 떨어진 상태이다. 이 사진 한 장이 한국의 지금 모습을 잘 말해준다.

이 경기는 맨 마지막에 들어 온 선수의 기록이 팀 기록이다. 팀 추월 경기는 단결력과 협동력으로, 서로 한 선수가 부족하면 그 선수를 도와주고, 끌고 가고, 밀어주는 성격의 종목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종목을 아름다운 종목이라고 말한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여자 팀추월의 경기는 이해가 안 간다.

이 경기는 한국 사회의 현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번 기회를 통해 스포츠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올림픽 준비방식이다. 그동안 연맹은 내부적으로 분류한 메달 유력자와 나머지 선수를 차별 대우했단다. 상당수 선수들은 특정 선수의 메달 획득을 돕기 위해 사실상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강요 받는단다.

우리 교육 문법도 그렇다. 몇몇의 성공을 위해 많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들러리 역할만 할뿐이다. 일등만 살아남는 승자독식사회를 이젠 정비할 때이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의 엘리트 스포츠교육이 문제이다. 엘리트 선수들은 철저히 전략적으로 준비된 체제에 들어가, 오직 메달을 목표로 준비되는 시스템에 길들여진다. 이 시스템은 올림픽 정신 따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젠 한국 스포츠가 다시 모색해야 한다. 메달, 엄밀히 말해 금메달만이 유일한 목표이다. 상급 단체가 금메달을 원하니, 선수들은 오직 금메달을 목표로 모든 걸 희생해야 한다. 여기서 빛나는 선수는 단 한 명뿐이다. 그야말로 사람 죽이는 살벌한 경쟁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상화 선수와 일본의 고다이라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여자 쇼트트랙의 김아랑 선수의 밝은 미소와 경기 후의 보여준 눈물과 최민정 선수의 무표정도 나에게는 인상적이었다. 스포츠는 이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난 생각한다.

여자 팀 추월 경기는 한국 사회, 아니 국가 철학의 문제가 스포츠 분야에서 드러난 사례이다. 우리는, 압축 성장하는 가운데, 일부 대기업에 국가 자원을 올인하는 전략으로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뤘다. 우리는 국가 단위의 수출 목표를 정해둔 시절을 견뎌냈다. 그 과정에서 이 체제에 거역하는 자는 모두 축출됐다. 노동자, 농민, 여성이 줄줄이 떨어져 나갔다. 중소 기업 사장과 자영업자의 비명은 국가를 위하다는 미명 하에 대기업 밀어주기로 쉽게 합리화 됐다.

학문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기초학문을 공부하는 자가 바보 취급을 받고 밀려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전략적으로 키운 일부 '종목'에서 일부 '스타' 대기업이나 '스타'만을 일궈냈다. 그 결과 지금의 우리 사회이다. 나 자신도 나 몰래 쇠뇌되어,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환호한다.

곳곳에서 밀려난 '노선영'들이 내는 비명이 SNS를 달구고 있다. 나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10여 년의 유학을 하고도, 내가 공부한 것을 학교에서 못가르쳐봤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내 대신 기회를 가진 자들은 자기 이익만을 위해 자리 지키기기에 여념이 없다. 그래서 난 NGO 활동을 하고, 인문운동가란 명함을 갖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이다. 좀 더 공정하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

우리는 사회는 아프다.
- 일찌감치 각자의 자리에서 금메달 경쟁에 들어선 아이들은 아들대로.
- 취업문을 뚫지 못한 청년들은 청년들대로,
- 결혼을 포기한 청춘들은 청춘들대로,
- 용도 폐기당한 퇴직자와 노인들은 그들대로 아파 비명을 지른다.

더 심각한 것은 체제, 아니 사회가 그들의 비명 소리에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뒤에 처진 '노선영'들에게 화살을 던진다. 골찌에게 보내는 박수에 인색하고, 나도 모르게 길들여져 협동을 모르는 엘리트 선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번 팀 추월 사태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이 사태는 차분하게 우리를 되돌아 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젠 변화가 필요하다.

참고: 프레시안, <팀추월 사태는 한국의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대희 기자), 2018년 2월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