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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 2021년 2월 8일: 공지영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1)

1532.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이 번주는 음력 설이 끼어 있는 주간이다. 그래 목요일부터 연휴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목을 잡고 있어, 우리는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지켜야 한다. 우리 고유 명절의 좋은 풍습인 친척들과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힘들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무너지고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는 이 때, '그래서' 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공지영 작가의 최근 책과 함께 찾아 볼 생각이다.

 

공지영 작가는, 답으로, 자연을 오감으로 느끼고, 위로를 나누며 자신을 돌아보고 받아들이며, 일상을 지배하는 것이라 했다. 일상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어떤 선입견이나 바람이 없이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라 했다. 공 작가가 작년에 출간한, <그럼에도 불구하고-공지영의 섬진 산책>을 다시 읽어가며 리-라이팅을 한다. 왜냐하면, 이 책은 코로나-19로 미래가 불안하고, 답답했던 나의 현실에 위로를 주었고, 내 일상의 삶에 몇 가지 통찰을 주었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일 주일 동안 이야기를 이어갈 생각이다.

 

공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래서 (…)’라고 생각할 때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생각할 때, 괄호 안에 들어가는 말은 어떻게 변한 것 같으세요?"라고 물으니, 이렇게 답했다. "‘그래서’ 인간들은 다 믿을 수 없고 ‘그래서’ 이 세상은 지옥 같고, 그런 거죠.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생각하니까 ‘아직도 하늘에 별이 뜨고, 너는 그 별을 쳐다볼 수 있는 눈이 있잖아’ 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노래 가사처럼. 그런 생각하니까 되게 좋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관용구는 '비록 사실은 그러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라고 네이버 사전은 설명한다. 사람들은 '불구하고'를 빼고, '그럼에도'만 사용하는 것이 더 간결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보다는 '그래도',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생각에 넣으면 좀 더 긍정적이 된다. 공 작가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되 뇌이면, 아침이 새롭다. "새 아침은 마치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흰 눈 쌓인 벌판처럼, 혹은 흰 백사장처럼 순결하고 깨끗한 모습으로 내게 다시 주어진다. 나는 그것이 내게 주어지기 위해 아무 애쓴 것이 없으니 이것은 온전한 선물이다. 현재, present, 선물이라고 번역되는 그 단어, 오늘"이 주어져 감사하다. 산다는 것은 늘 어떤 약속을 지키는 것의 연속이다. 그런 식으로 주어지는 새 아침을 맞이하며 살다가, 오늘 나에게 주어진 약속들인 그 일들을 하다가 죽는 거다. 그러니 특별한 삶, 특이한 죽음 같은 건 없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는 인도 캘커타의 마더 테레사 본부 벽에 붙어있다고 한다. 지은이는 미국인이다. 어제는 늘 다니던, 탄동천 산책길이 아니라, 시민천문대 뒷산을 올랐다. 처음 오르는 길만 가파르지, 능선을 따라 멋진 산책로가 형성되어 있었다. 오늘 아침 사진을 공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켄트 M. 케이스(Kent M. Keith)-류시화 역

 

사람들은 때로 믿을 수 없고, 앞뒤가 맞지 않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용서하라.

 

당신이 친절을 베풀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숨은 의도가 있다고 비난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을 베풀라.

 

당신이 어떤 일에 성공하면

몇 명의 가짜 친구와 몇 명의 진짜 적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라.

 

당신이 정직하고 솔직하면 상처받기 쉬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하고 솔직하라.

 

오늘 당신이 하는 좋은 일이

내일이면 잊혀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을 하라.

 

가장 위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가장 위대한 사람일지라도

가장 작은 생각을 가진 작은 사람들의 총에 쓰러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생각을 하라.

 

사람들은 약자에게 동정을 베풀면서도 강자만을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약자를 위해 싸우라.

 

당신이 몇 년을 걸려 세운 것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라.

 

당신이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발견하면

사람들은 질투를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고 행복하라.

 

당신이 가진 최고의 것을 세상과 나누라.

언제나 부족해 보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것을 세상에 주라

 

 

공지역 작가의 책 제1부의 제목 "우리는 수많은 갈림길에서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이 여러 가지 지혜를 준다. 헤어진 사람을 그리워하고, 다시 만날 사람을 기대해 본다. 내 관계 철학은 '가는 사람 안 잡고, 오는 사람 안 막는다'는 것이다. 공 작가도 이렇게 말한다. "삶은 긴 순례 같은 것이겠다. 출발선은 어쩌면 같지만, 우리는 수많은 갈림길에거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 가는 사람을 축복해주고 오는 사람을 반기면 되겠지."

 

그리고 책 몇 장을 넘기다가,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났다. "인생이 좋은가, 나쁜가의 문제는 결정의 시점을 어디서 잘라 바라볼까의 문제일 뿐이다. (…) 어느 시점에서 돌아보느냐에 따라 삶의 색깔이 바뀌는 것이다." 큰 위안이 되는 문장이다. 내 삶을 되 돌아보니. 나 또한 좋았던 때도 있었고,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우리들의 삶은 죽을 때 평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책은 섬진강 가에 있는 집에 찾아오는 공 작가 친구들의 이야기가 서사의 줄거리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이거였다. "살아보니까 세상에 나쁘기만 한 일은 없어. 어차피 100% 좋은 일은 없어. 100% 좋기만 하다면 거짓일 확률이 많아. 모든 일에 있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하루 동안 밤과 낮이 있듯 있는 거야, 하지만 결국엔 말이야 둘 다 나쁘지는 않아, 나만 생각을 조금 바꾸면 좋지." 이 문장을 읽을 때, 나도 '맞아' 하며 밑줄을 그었다. 세상에 나쁘기만 일은 없다.

 

나는 피아니스트 김두민 이야기가 생각났다. "1 을 잃었지만 3 을 얻었어요."(김두민) 2016년 프랑스 음악대학 '에꼴 노르말 드 뮤지끄(Ecole Normale de Musique)' 회의실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만 18세 이상만 입학할 수 있는 학칙을 오직 13세의 한 소년 때문에 바꾸냐 마느냐 하는 중대한 회의였기에 긴 회의를 해야만 했다. 48시간의 논의 끝에 마침내 13세 소년의 입학이 결정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회의의 주인공이 바로 대한민국의 영재 13살 '김두민' 군이었다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 있는 피아노 영재를 발굴 중이었던 '블라드코스키 교수'는 김두민 학생의 음악적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이렇게 말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학생은 많지만, 김두민 학생은 기술뿐만 아니라 아주 뛰어난 음악성을 갖고 있습니다."

 

김두민 학생은 여느 아이들과는 다르게 한 손 씩 연습을 마치고서야 양손으로 건반을 치고, 건반을 천으로 가려놓고 오직 손끝의 감각으로 건반을 익힌 후 천을 걷어 완벽한 선율을 그려냈다.그렇게 해야 하는 사연이 있었다. 김두민 학생은 태어나서 얼마 후 '선천 백내장'이라는 판정을 받고 생후 7개월 때부터 백내장 수술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무려 5번의 수술을 했지만, 왼쪽 눈의 시력은 찾을 수 없었다.

 

사실 김두민 학생의 노력과 재능의 열정 뒤에는 음악을 전혀 모르지만, 아들의 시련에 주저앉지 않았던 부모님이 있었다. "엄마, 해는 어떻게 떠요?" 잠자리에서 뜬금없는 질문에 엄마는 당황했지만, 더 황당한 것은 아빠의 대답이었다. "두민아 빨리 옷 입자!" 그리고는 밤새 차를 타고 강릉으로 달려가 해 뜨는 모습을 직접 보여줬다.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준 교육관이 아들의 가장 약한 감각까지 깨어나게 한 원동력이었다.

 

김두민 학생은 말한다. "저는 눈이 안 보이지만, 청각이랑 촉각이 예민해요. 1을 잃었지만 3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 물론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실현은 최선을 다해 노력한 사람에게만 허락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내일 또 한다.